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별 헤는 밤은 대개 낭만적인 추억 속에나 존재하는 풍경이다. 마치 바닷가에서조차 파도 소리보다 스마트폰 알림음이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처럼, 우리의 밤하늘은 가로등 불빛과 건물의 네온사인에 가려진 지 오래다. 하지만 하늘과 자연을 즐기는 여가 생활이 반드시 드넓은 들판이나 높은 산 정상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심의 작은 발코니 한편에 돗자리를 깔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의외로 많은 별들이 그 어둠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모든 별을 한꺼번에 찾으려고 애쓰는 대신, 도시의 광공해 속에서도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나는 대상을 골라 관측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도시에서는 별자리 관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그런데 이는 마치 넓은 운동장이 있어야만 축구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골목길에서도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을 차는 아이들처럼,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밝은 별 몇 개로 충분히 하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발코니라는 제한된 공간과 가로등 빛이라는 악조건은 오히려 관측 대상을 선별하는 명확한 기준이 되어준다. 어두운 시골하늘에서는 희미한 별까지 모두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초보자는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혼란스럽지만, 도시하늘은 자연스럽게 밝은 별 위주로 필터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적용하기 전에는 밤하늘을 바라봐도 별과 별 사이의 간격을 잇는 상상력이 떠오르지 않아 무료함만 느끼기 일쑤였다. 천문대에서 찍은 성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정작 발코니 창밖을 내다보면 그저 밝은 점 몇 개가 반짝일 뿐이었다. 계절마다 다른 별자리가 뜬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이 내가 사는 아파트의 좁은 하늘 틈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관측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가로등 간섭을 피해 건물 사이로 보이는 좁은 하늘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하늘 전체를 한 번에 보려는 욕심을 버리고, 눈에 잘 들어오는 밝은 별부터 찾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계절별 별자리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하늘을 보는 눈을 도시 환경에 맞게 조정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요인은 관측 시간과 방향의 선택이다. 가로등이 꺼지고 도시의 불빛이 잦아드는 심야 시간대보다,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에서부터 관측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른 저녁에는 아직 건물의 창문 불빛이 덜 켜지고 교통량도 적어 하늘이 비교적 깨끗하다. 두 번째로는 밝은 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희미한 성운이나 은하수를 찾으려 하지 말고, 1등성이나 2등성처럼 눈에 띄게 반짝이는 별을 먼저 찾는다. 이 밝은 별들이 마치 이정표 역할을 하여 주변의 어두운 별들을 연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세 번째로는 일정한 관측 지점을 고정하는 것이다. 발코니 난간 높이와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각도를 미리 파악해 두면, 그 좁은 영역에 어떤 별자리가 들어올지 예측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이 전략을 실제로 적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발코니에서 보이는 하늘의 방위를 대략적으로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나침반 앱을 이용하거나 건물 구조를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을 구분해 둔다. 그다음에는 계절별로 가장 찾기 쉬운 대상을 정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봄철에는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처럼 남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름철에는 견우성과 직녀성으로 유명한 독수리자리와 거문고자리가 천정 부근에서 높게 떠 있어 건물 틈새를 피해 관측하기에 좋다. 특히 거문고자리의 직녀성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중 하나이므로 도시 한복판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가을철에는 페가수스자리의 사각형을 찾는 것보다, 남쪽 하늘 낮은 위치의 남쪽물고기자리 포말하우트를 먼저 찾는 편이 수월하다. 이 별은 가을밤의 남쪽 지평선 부근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데, 도시의 건물 사이로도 비교적 쉽게 포착된다. 겨울철이 되면 오리온자리가 등장하는데, 오리온의 벨트를 이루는 세 개의 별은 워낙 밝아서 가로등 불빛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보인다. 이 벨트를 기준으로 위쪽의 베텔게우스와 아래쪽의 리겔을 잇다 보면 자연스럽게 큰개자리 시리우스로 이어지는 별의 사슬을 완성할 수 있다.
도시 발코니에서 별자리를 찾을 때 가장 큰 적은 흐린 날씨보다도 주변의 실내 조명이다. 관측하기 10분 전에 발코니 불과 거실 불을 모두 소등하고, 시선이 닿는 아랫집이나 옆 건물 창문의 불빛이 최소화되는 시간대를 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밝은 별을 관측할 때는 굳이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없어도 된다. 오히려 맨눈으로 넓은 시야를 유지하는 것이 별자리의 윤곽을 잡는 데 유리하다. 별을 하나씩 연결하는 대신, 발코니 난간에 기대어 고개를 약간 젓혔을 때 머리 위로 펼쳐지는 별들의 간격을 감각적으로 느껴보자. 눈의 중심보다는 약간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두운 별이 더 잘 보이는 주시(走視) 현상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된다.
자연을 즐기는 여가 활동이라고 하면 흔히 등산복을 챙겨 입고 먼 곳으로 떠나는 여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늘과 자연을 즐기는 방식은 그 장소가 반드시 광활해야 한다는 전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도시의 발코니는 비록 좁은 시야를 제공할 뿐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우주의 웅장함은 시골의 넓은 들판에서 보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가로등 불빛이 별을 삼켜버리는 것처럼 느껴져도, 그 불빛 사이로 살아남은 몇 개의 별들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며 우리를 맞이한다. 오늘 밤, 커튼을 걷고 발코니 문을 열어보자. 건물 틈새로 보이는 별 하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 작은 점이 만들어내는 계절의 이야기가 도시의 삶 속에 자연의 호흡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